사랑 이야기

친구 이야기2

순례 2014. 10. 10. 11:42

지난번 중학교 동문체육대회에 갔다가 친구 엄마에게 전화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K친구 순례에요

그래. 어쩐 일이야?”

어제 체육대회 왔는데 아직 안 갔어요. 찾아봬도 될까요?”

그려. 지금 잠깐 이웃집에 마실 왔는데 집에 가 있을게 어여 와

나는 집이 어딘지 묻지도 않고 아주머니는 집을 아느냐고 묻지도 않는다. 그렇게 찾아간 아파트

18년 전에 찾을 때만해도 옛날 집에 새로 지어서 살았는데 지금은 워낙 오랜 세월이 지나다보니 집을 팔고 이사한 모양이다.

아파트에 들어서니 다른 집 현관은 다 닫혔는데 그 집 현관만 열어놓았다.

아마 쉽게 찾아오라고 열어 놓으신 모양이다.

아무튼 현관을 들어서며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했더니 아이구. 어서 와. 이쁘기도 하지하며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무척 반기신다.

처음엔 반가움에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가 옛날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니가 맘에 들었는데 어쩌다 헤어진 거여?”

책임져야 될 여자 있다고 가는데 어째요

“K그게 꼬임에 넘어가서 그래. 몇 년 사귀었지?”

2때 사귀기 시작했으니 군대 갈 때까지 몇 년 되긴 한다.

. 저희 집에 와서 자고 간 적도 있어요.”

그랬어? 그러니 얼마나 마음이 아퍼 그래

몇 년을 울다시피 보냈죠 뭐

몇 년이나?”

그러고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컥울컥 닦아냈다.

아주머니도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시는 것 같다.

나는 니네 둘이 결혼하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세상에 몇 년씩이나 마음고생을 했어?”

 

전날 나는 선생님을 만나러 가면서 동건이 차를 타고 갔다.

차 안에서 혜영이가 “K가 너랑 만났으면 참 좋았을 텐데하기에 결혼하고 더 좋아 보이던데 샘날 정도로했더니 옆에 있던 동건이가 한마디 거든다.

그건 니가 몰라서 하는 소리여. K가 와이프하고 마음이 안 맞아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한데. 걔 친구들도 안 만나

그리고 곧바로 도착해서 내리는 바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못했는데 난 우리 사이를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사람 말하는 걸보니 이미 우리 사이를 알았다는 얘긴가?

안 그럼 그런 이야기를 내게 할 이유가 없다.

아무튼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 계속 신경이 쓰였다.

사실 18년 전에 나는 그 친구 소식이 궁금해서 소식이나 들으려고 아주머니를 찾아갔다.

그랬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친구 엄마 생신 때문에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옆에 아내가 있었기 때문에 잘 있었어?” 그 한마디 인사가 전부였다.

그때도 아주머니는 나와 아이들을 그렇게 예뻐하시면서 나와 인연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 하셨다.

그런 반면 그 친구는 총각 때보다 오히려 더 젊어 보이고 좋아 보여 그런가 하였다.

그리고 살기 고단하다보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에 대한 감정이 무디어 진 줄 알았다.

그런데 전날 저녁에 그 얘길 들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아주머니가 아픈 나의 마음을 알아주셔서 그랬는지 한동안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20여 년 전 그때도 그렇게 눈물로 산 세월이 얼마였는데 또 새삼스럽게....

그 친구에 대한 감정이 다 사그라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어차피 이루어지지 못할 인연이었지만 그 인연 나는 내가 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알게 된 건 내 스스로 내 마음을 애써 외면해 왔던 것 같다.

그 친구 생각만 하면 여전히 내 마음이 참으로 아프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생각하면 지금처럼 마음이 아프니까.

그렇게 사람 아프게 하고 갔으면 잘 산다는 말을 들어야 덜 아플 텐데.

 

아주머니는 내가 K를 만났냐고 묻는다.

아뇨. 이제 와서 만나면 뭐하겠어요. 그때도 만나려고 해서 만난 게 아니고 소식이나 들으려고 들린 건데 마침 아주머니 생신이라서 만나게 된 거죠.”

그래도 내 마음을 헤아려주고 이해해주시니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이야기 중에 아주머니도 K의 아내에게 서운했던 감정이 있는 듯하였다. 그러니 내가 더 애틋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게다.

우리엄마는 내가 그 친구와 그렇게 심각한 사이였는지 그 친구 때문에 몇 년 동안 힘들어 했는지도 모르는데 몇 년 사귄 것도 알고 당신의 셋째며느리로 점찍어 두셨는데 어느 날 느닷없이 결혼할 여자라고 데리고 와서 인사시켰으니 얼마나 황당했으랴.

지금도 여전히 마음아파 하는 나를 참으로 안타까워하시고 위로하셨다.

그 마음 쉽게 잊히지 않을 텐데. 힘들어서 어떡케

애들 엄마가 K보다 한 살 많죠? 저 고등학교 선배잖아요. 누가 소개시켜 줬어요. 편지해도 답장도 잘 안 하더라구요.”

옛날에 그런 생각을 하긴 하였다. 만약 우리가 결혼 한다면 참 재미있게 살 거라는...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지금도 우리가 결혼 했다면 친구들과 어울리며 잘 지낼 거라는 생각은 한다.

그런데 그게 나만의 생각만이 아니고 주위에서도 그렇게 생각했다는 얘기다.

그 친구는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자 했지만 난 너무 슬퍼 죽을 생각도 잠시 했었다. 그러나 차마 죽을 용기가 없어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제가 하다 안돼서 제주로 갔잖아요.

가족사진 속의 모습은 세월이 흘러서인지 전에 비해 많이 상해보였다.

지금도 그 친구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지만 혹시 기회가 된 다해도 나는 그 친구와 어떻게 됐으면 하는 마음이 없다.

왜냐면 그 친구로 인해 너무 많이 아팠으므로.

지금도 여전히 많이 아프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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