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일기&육아일기

갈등

순례 2012. 12. 29. 07:25

9월 17일 일 비

 

요즘 들어 어쩐 일인지 네 아빠의 불만이 많아진 것 같아.

전엔 무척 다정다감했고 나 또한 네 아빠만을 사랑하며 지내야지 했는데 자꾸 쓸데없는 생각을 갖게 된다.

만일 1월 달에 네 아빠를 못 만났더라면 아니면 그때 아빠의 청혼을 거절했더라면 난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또 언제쯤 가정을 갖게 될까...

한동안 아빤 내게 잡념을 전혀 갖지 않도록 빈틈을 주지 않았었는데...

요즘 들어 옛 친구 생각나는 건 웬일일까.

아빨 두고 이러면 안 되는데...

아빠가 엄마에게 불만을 가질 충분한 이유는 있지.

하지만 엄만 또 엄마대로 변명의 여지는 있는 거야.

몸도 무겁고 불편하고...

그래서 거기에서 오는 어떤 짜증 섞인 생활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아빠가 이해하고 감싸줘야 해.

아빤 엄마보다 10살이나 더 먹고 또한 아내를 사랑할 줄 아는 남편이거든.

어진아!

내일부터 한신교회 부흥회가 있는데 날씨도 좋고 성공리에 잘 끝나야 할 텐데.

벌써 며칠째 계속 끈적거리는 비가 내리고 있거든.

너는 굉장히 건강한 모양이구나.

운동이 아주 심하거든.

어서 12월이 왔음 좋겠구나.

사랑스런 어진이와 빨리 만날 수 있게 말이야.

 

 

8월 18일 월 흐림

 

연이어 이틀 동안 1시 넘어 잠자리에 들고는 낮잠 한 숨 안자니 무척 피곤하구나.

넌 여전히 운동을 잘하는구나.

아빤 그동안 날씨가 좋지 않아 10여일 쉬다가 오늘에서야 일을 하려고 나갔었단다.

그런데 비가 올 것 같은 날씨 때문에 11시쯤인가 돌아오셨지 뭐니.

엄마야 아빠가 옆에 있어주시니까 좋긴 하지만 이 집으로 이사 오느라 무리한 탓에다 셋째이모 결혼 때문에 육지 갔다 온데다 날씨 관계로 며칠씩 연거푸 일을 못한데다 추석 있고 어쩌고 형편이 말이 아니구나.

내일부터라도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작은 이모에게서 전화 왔었단다.

이모와 엄마가 통화하고 있는데 네 사촌누나 은아는 자기 안 바꿔준다고 자꾸 보채는구나.

작은 이모부는 내달 연수받으러 일본 간다더라.

그리고 큰 이모부는 오늘이나 내일이나 오신다고 하더니 토요일 창원 외갓집 들렸다 잊은 게 있다며 서울로 다시 올라가셨대.

어진아!

엄마가 요즘 몸이 불편해서 제대로 못 먹는다고 너무 서운해하진 말아라.

어쩔 수 없는거니까.

이 밤 어여쁜 꿈꾸렴.

 

 

9월 19일 화 맑음

 

어제저녁 집회를 시작으로 3일간의 부흥회가 시작되었단다.

저녁 집회엔 아빠가 다녀오셨고 또 아빠가 일하러 가게 되면 엄만 아무래도 참석하기가 힘들 것 같아 모자라는 수면 시간 중에 그래도 조금 더 할애해서 새벽에 참석했었단다.

약 30명가량의 인원밖에 참석 안했지만 참 좋은 말씀이었다.

성경 말씀에서의 은혜 받는 방법.

오늘쯤은 아빠가 일하러 가실 줄 알았는데 날씨가 흐리다며 비 올 것 같아 못 하시겠다며 집에서 쉬었단다. 그러면서 낮 집회 다녀 오시구...

저녁 땐 퇴거 때문에 6시 넘어 집을 나섰는데 글쎄 약속했던 통장이 집에 없는 바람에 찬 방에서 꼬박 40분이나 기다렸다 볼일보고 오다보니 온통 캄캄한 밤이 되어있지 뭐니.

퇴거 용지를 큰 이모에게 갖다 주며 동사무소에 엄마대신 갖다 주란 부탁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8시가 다 되었구나.

엄만 저녁을 급히 먹고 늦은 시간이나마 부흥회에 참석했지.

어진아!

아빠가 너무 오랫동안 집에서 쉬신 것 같다.

우리 내일은 아빠가 일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꾸나.

 

 

9월 20일 수 맑음

 

아빤 참으로 짓궂단다.

얼마만큼 짓궂은가하면 말이다.

아침에 글쎄 일어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엄마 배에다 손을 얹어보더니 아무런 반응도 없으니까 툭툭 치며 ‘일어나 인마. 안 일어날래? 일어나!’ 라지 않겠니?

한편으론 어이가 없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우습기도 해서 그냥 웃고 말았단다.

아침엔 아빠 때문에 잠도 못자고 일찍 깼겠구나.

그동안 부흥회도 오늘로 모두 끝났다.

내일 새벽이 있다곤 하지만 저녁 집회가 마지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어느 시간 때보다도 오늘 저녁 집회는 정말 성황을 이루었지.

그 작은 교회에 60~70명 수용에 110~120명가량 왔으니 그 열기는 얼마나 대단했겠니.

13일 만에 비로소 일을 하신 아빤 피곤하셨던지 엄마만 대신 보내셨단다.

어진아!

요즘 어찌어찌하다보니 계속 잠이 부족하구나.

우리 일찍 잠자리에 들자꾸나.

                                                                                                         따뜻한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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