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성공한 인생

순례 2015. 12. 18. 23:41

지난 달 딸내미와 의정부 갔다오는 길에 이런 말을 했다
"엄마가 내 엄마라서 참 다행이에요"
그 말을 들으며 기분이 좋아서 되물었다
"왜?"
"내가 가고 싶어한다고 두 말도 안하고 같이 가주니까요
다른 엄마 같으면 말도 안 통하고 이렇게까지 안 할테니까"

딸내미는 요즘 글을 쓰는 중이다
그래서 천주교 성당에 가고 싶어했는데 성당은 딱히 아는 사람이 없는지라 성당과 비슷한 성공회에 가기로 하였다
마침 성공회 신부인 친구가 하남 있다 의정부로 갔기에 동행하여 그 곳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온 것이다

나는 살면서 아이들과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나의 자녀로 태어난 것에 이따금 고맙다는 말을 해왔다
그리고 내가 아이들을 자랑스러워 하는만큼 아이들도 나를 자랑스러워할까 생각하며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내 엄마라서 다행이라는 말이 내 마음을 뿌듯하게 하였다

2년 전 교회에서 현직 학교 교장선생님을 초빙해서 좋은 부모에 대해 강연을 한 바 있다

서두에 아이를 자랑스러워 하는 부모가 될 것인가 아이가 자랑스러워 하는 부모가 될 것인가로 시작해 본인의 이야기를 하였다

그 강사는 남편과 함께 명문대를 나왔고 두 자녀도 학교에서 1등자리 놓친적 없고 부모에 이어 명문대 갈 날만 남았다고 했다
그야말로 남부러울 것 없고 걱정이 없는 그런 가정이랬다
그래서 공부 못하는 애들 이해도 안가고 그러면서 지각하면서까지 꼬박꼬박 학교에 다니는게 신기하다고 했다

그런데 아들이 고3이 된 지 얼마 안 되어 자퇴를 하고 왔단다
그리고 얼마 안되어 이번엔 딸마저 자퇴를 했단다 오빠도 하는데 나는 왜 못하냐구
둘이 학교는커녕 집밖에도 안 나가고 허구헌날 방에 틀어박혀 말도 안하고 게임만 하기를 1년이 넘도록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미칠지경이란다
결국 모든 원인이 본인 때문이라 말한다
명문대 보내기 위해 어려서부터 엄마 뜻대로 얌전히 따르던 아이가 폭발한 것이라고

그 후로 공부 못해도 지각을 해도 싸움을 해도 잠만자도 학교 오는 것이 그렇게 이쁘고 고맙더란다
밖에서 자녀와 마주쳤을 때 달려와 안기면 자녀교육 성공한 것이고 인사하고 지나쳐도 괜찮은 편인데 자신의 아이는 아예 피해서 돌아간가고 했다

그 날 교회 갔다오는데 마침 외출 중인 딸과 딱 마주쳤을 때 순간 긴장되었다
인사하고 지나치려니 생각했는데 망설임도 없이 엄마 부르며 달려와 안기며 친구 만나러 가는 길이라 했다
재밌게 잘 놀다 오라며 손 흔들어 주었는데 얼마나 흐뭇하던지ㅡ

딸내미가 학생 때 카톡 할 때 아이들 쓰는 언어로 하니까 친구들이 엄마 멋있다더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열린반에서 일반반으로 옮길 때 다소 우려는 했지만 결국 아이 편을 들어 옮기게 해주었다

고3때 점심은 도시락 싸가고 저녁은 집에 와서 먹곤 했는데 어느 때는 친구들 줄줄이 데리고 와서 먹을 때도 여러 번 있었다
수시 응시할 때도 정시 응시할 때도 계속 상의해가며 접수하였다

휴학 할 때도 알바할 때도 본인이 알아서 결정하게 했다
어차피 내 인생이 아니고 본인 인생 살 것이기에

앞으로 배우자도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반대는 안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한번씩 이상한 질문도 한다
외국인이면? 너만 좋다면
문신을 했다면? 글쎄ㅡ
어차피 남편이나 아내를 맞는 일이지 며느리나 사위 얻는 게 아니므로 나보다 본인 마음에 들면 그뿐이다

아이를 위한다고 하지만 결국 엄마 욕심으로 두 아이 인생 망치고 나서야 좋은 부모에 대해 강사가 된 선생님보다 수석은 아니어도 마음 따뚯한 아이들의 엄마인 게 자랑스러운 나의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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