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일기

한가위 풍경

순례 2016. 9. 15. 10:12

엊그제에 이어 어제도 일하러 갔다
내가 실직 상태여서 고향 대선배님 이시면서 같은교회 권사님이 도와달라해서 청량리까지 갔다

집에 있을 땐 명절 기분이 안 느껴지드만 전을 만들고 굽고 판매하다보니 명절이 실감난다

분주히 시장보러가는 부부들의 모습도 많이 뵈고 남정네들도 혼자서 장보러 가는 사람이 꽤있다
나는 그 모습이 참으로 낯설게 느껴지는데 정작 본인들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아무래도 바쁜 아내를 대신해 장을 보러 나선 듯하다

80이 넘으신 멋쟁이 할머니는 뉴욕에 사는 손자 만나러 간다고 열심히 영어공부 하신다는데 영어 찬송가 펼치고 열심히 연습중이시다

명절이 코앞인데도 집에들 안 내려가는지 40이 넘도록 아직 미혼인 세 남여 동창이 주거니 받거니 소주잔을 기울인다

아직은 젊어뵈는 한 남자 어디서 이미 거하게 취한 상태인데 애인에게 퇴짜를 맞았는지 몇 시간 째 가지도 않고 주저리 주저리 넋두리다

어떤 여자는 돈을 뜯긴건지 사기 당한건지 니들이 나를 무시하는거냐 이럴수가 있냐는 등 전화로 언성높여 울분을 토한다

혼자서 밥과 안주 둘에 막걸리 두 병 비우고서야 선물 꾸러미 두 개 들고 일어서는 남자

1시간이 넘도록 이것 저것 시켜먹고 애교까지 떨던 두 남자 무슨 사연인지 계산도 않고 밖에서 먹고 그대로 튀어버렸다

그런데 다른 식당들이 대부분 문을 닫다보니 8시 전부터 손님이 계속 이어졌다
하루종일 앉아 꼬지, 동그랑땡 만들고 부치고 밤에는 몇 시간 이어지는 설거지를 마치니 어느새 10시가 넘었다
엉덩이도 허리도 팔도 아프지만 8~9시면 마칠줄 알고 코난과 약속하였다

연휴라 그런지 전철도 늦게 늦게 오고 그러다보니 그제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시간
나중에 나 버스타기 쉬운 곳으로 자리이동하고 아직 영업중인 호프집 찾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잠깐 1시간만 있자 하는게 어느새 30분 초과하여 겨우 성남 오는 막차를 타고 성남서 택시로 돌아온 어제


오늘은 늦은 아침을 먹고 명절행사로 영화를 보러갔다
고산자 대동여지도 영화를 보고 식사할 곳을 찾는데 롯데월드 여기저기 행사가 있다
아이들은 전혀 관심도 없는데 나만 신나게 쫓아가 구경하고 사진찍고ㅡ
완전 애 어른 뒤바뀐 모양ㅡㅡㅎㅎ
내가 구경하는 새 아이들이 주문하고 있다

그렇게 늦은 점심하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은 초1부터 에버랜드로 소풍도 가고 학생 때는 지들끼리 놀러 가기도 했는데 난 아직 에버랜드나 민속촌에 한 번도 가본적이 없다
제주 살 때 많이 가보고 싶었는데 살다보니ㅡ

그래서 쉬고 있는 이참에 민속촌 한 번 갔으면 하는데 같이 갈 사람 누구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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