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생각의힘

순례 2016. 8. 22. 10:25

중학교 때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여고 시절의 나는 별 존재감이 없었다
특출한 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미모가 뛰어나다거나 말썽을 피우는 문제아도 아니고 성적도 반 이상을 넘을만큼 시원찮았다

그래도 좀 드러나고 싶어서 문예반에 들었다
그런데 지도 선생님이 특별히 가르쳐주는 것도 없이 시 써오기 숙제를 내서 써온 학생의 작품을 봐주는 식이었다
지금도 시가 어려운 나로선 언감생심 한편도 써보지 못하고 남들 시화전 할 때 그저 부러워할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불현듯 어느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도 존재감이 없는 내가 20~30년 후에 어떤식으로든 나를 알리며 모교를 방문할 수 있을까

하지만 삶은 녹록치 않고 외줄타기처럼 늘 팽팽한 긴장 속에 힘겨운 나날을 살다보니 앞뒤 돌아볼 겨를없이 이십 여년의 세뤌이 훌쩍 지나버렸다

5년 전 우연찮게 언니를 통해 초등학교 반장을 만나면서 친구들과 하나 둘 연이 닿고 어찌하다보니 생각지도 않게 문인의 길도 가게 되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초등 밴드는 초대돼서 중등밴드는 만들어서 고등밴드는 찾아가서 하게 되었다
전에 카페를 하다가 블로그를 하다가 카카오스토리를 하다가 밴드까지 왔다

중학교 리더여서 그런지 여기저기 활동을 많이 하다보니 고등밴드에서 어느날 공동리더가 되었다

학교 다닐 때의 성적은 거의 극과 극이었다
국어, 한문, 고전, 일어, 화학, 생물, 사회문화는 성적이 아주 뛰어났지만 영어, 수학, 가정, 세계사, 국사, 인문지리, 체육 등은 저조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남들보다 재물이 많은 것도 특출나게 많이 배운것도 그렇다고 알아줄만한 전문직이거나 뛰어난 직장도 아니다
결국 옛날이나 지금이나 특별히 내세울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온 댓가로 중고등 친구들의 소통이 나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음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음이 참으로 신기하고 대견한 일이다

지금 이 나이에 직장이 있다는 것과 글을 씀으로 나의 길을 간다는 자부심으로 친구들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안그럼 초라하고 주눅들어 오히려 기피했을지도 모르는데ㅡ

고등밴드는 나 아니면 공지도 못 올릴만큼 중요한 위치가 되었다
얼마 전 고3 담임 선생님과 연락하는데 등단한 내가 자랑스럽다고 하셨다
큰 재목은 못되더라도 그래도 부끄럽지 않은 이름으로 언젠간 자랑스럽게 모교에 들어설 날 오리라

그 옛날 십대에 막연히 생각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