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형제간에 재산 분쟁이 일어났다
그러다보니 속시끄럽고 생각이 복잡하여
남편은 교회에 가지 않았다
남편이 교회에 안가자 아내도 안가고 큰딸도 가지 않았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들과 심하게 다투고 남편이 집을 나갔다
아내는 형제들과 싸우고 나간 남편이 걱장되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걸어도 걸어도 받지 않는다
아내는 불현듯 불길한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
그래서 목사님께 전화를 하였다
"목사님! 남편이 뭔일 낼 것 같아요 전화도 안되고 연락이 없어요"
목사님과 통화 후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하였다
하루 이틀 애타게 시간은 흐르고 어디에서도 남편의 소식은 없었다
행여 무슨 변고라도 있으면 연락이라도 오련만 연락 없음이 혹시나 하는 마음을 그래도 한가닥 위안이요 희망이었다
남편의 연락이 끊긴지 어느새 보름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자 가슴이 철렁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남자 변사체가 신고 됐는데 맞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병원까지 어떻게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얀 천을 천천히 걷어 올리자 많이 훼손되긴 하였지만 남편임을 직감으로 알았다
그리고 이내는 실신하였다
큰딸의 흐느낌을 들으며 정신이 깨었다
실신해 있는 동안 경찰이 와서 딸에게 모든 정황을 설명한 모양이다
남편이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된 지 보름
사망 추정 날짜는 열흘정도
아마 닷새동안 세상 모든 연락 끊고 생각이 분분했으리라
참으로 모진 사람
어쩌다 그만한 일로 처자식과 손주들 놔두고 생목숨 끊었을까 하다가도 오죽 견디기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가여운 사람 같으니
그나저나 멀지도 않고 높지도 않은 동네 뒷산
등산객이든 산책 하는 사람이든 쉽게 눈에 띄일수도 있었으련만 어찌그리 오고가는 발길이 많은 그 산중에서 늦게 발견된 것인지
유난히 겨울이 길고 봄이 되어도 눈이 오며 여전히 추운탓에 사람들 발길이 뜸했으리라
노환도 아니고 자연사도 아니다보니 그저 조용히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려하였다
"목사님 ㅡㅡㅡㅡ 흑 흑 그이가 ㅡㅡ"
남편 소식을 묻느라 전화를 걸어온 목사님께 자초지정을 말씀드렸다
목사님은 한달음에 달려오셨고 장례 절차를 교회장으로 치룰 것을 권고하였다
망설이다 그리하기로 했다
그러자 교인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멀리 미국에 사는 둘째와 셋째 딸이 왔다
둘째 딸은 목놓아 통곡하였다
아내도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이 퉁퉁붓고 마음 고생이 심해서인지 많이 야위었다
발인하는 날은 부활절이었다
남편의 선산인 장지로 가는 내내 하늘도 슬픈듯 보였다
내가 갈 때까지 그곳에서 편히 잠드소서
아내는 눈물나도록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