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동무

순례 2018. 3. 24. 17:56

나는 친구보다 동무란 말을 좋아한다
어딘가 모르게 더 친근하고 정겹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에서 쓴다는 이유로 언제부턴가 금지어가 되었다
그래도 나는 동무가 좋다

나와 친한 동무는 초등학교 동무 말고 중학교때 동무는 둘 뿐이다
한 동무는 3학년 때 짝꿍이고 한 동무는 1학년 때 반장한 동무다

중3 짝궁은 지금까지 쭈욱 만남을 이어왔지만 반장 동무는 그렇지 못했다
내가 결혼하고 얼마쯤 지나 우연히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연락이 닿았지만
가끔 통화만 하였다
그때 나는 한창 석사준비에 여념이 없었고 그 동무 또한 뒤늦게 학사 준비로 바빴으니까

한동안 수도권에 살 때만 해도 가끔 연락하며 지내다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박사 준비와 조교에 이어 교수를 거치는 동안 반장동무를 까맣게 잊고 살았다

대학 생활도 안정되고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인정받다보니 슬그머니 동무 생각이 났다
학교 다닐 때 제법 똑똑했는데 역시 똑똑한 아들을 두었다
그리고 감성이 풍부해 목련나무 그늘 아래 앉아 함께 노래도하고 얘기하며 놀기도 하였다 그 동무는 큰 목련 잎사귀에 싯귀를 적어주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만화 캐릭터도 동무들에게 곧잘 그려주곤 했다

그런 동무가 잘 지내는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중학교 카페에 들어갔다
그랬더니 동무가 송년회에 온다고 자기 보고 싶은 친구 오라는 글을 남겼다
난 너무 기뻐서 열일 제쳐두고 달려갔다
살면서 생전 동창 모임에 안 가던 내가 동무 만나러 갔다
모임 장소에 도착하여 막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그 앞에서 타려던 동무와 눈이 딱 마주쳤다
30여년 만에 만난 우린 반가움에 서로 얼싸안고 그 기쁨에 환호성을 질렀다

그 날 이후로 소식이 끊겼던 동무는 모임마다 열심히 참석하면서 좀처럼 내게 시간을 내주지 않아 동무 만나러 체육대회에 가기도 했다
그 후 몇 번 오다가다 개인적으로 만나고 내 성화에 못이겨 언제는 수도권에서 일부러 나 만나러 와서 단둘이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 작년 초여름 지나는 길이라며 연락을 해와서 짝꿍 동무도 불러 셋이 점심 먹기로 하였다
나는 평소 짝꿍동무와는 수시로 만나며 밥을 먹곤 하였지만 셋이 같이 먹기는 처음이다
그 동무와도 같이 밥 먹는게 세번째인가 보다
아무튼 낯을 가리고 사람을 가리는 나와는 달리 초중고를 같이 다니면서 한번도 같은반 안 했던 두 동무는 서로 임의롭게 반가워했다

전에 만났어도 내가 사진찍는 것 역시 부끄러워 잘 안 찍다보니 몇 년전 체육대회 때 찾아가서 찍은 어색한 표정의 사진이 전부다
동무가 마침 시간이 2시간 가량 여유가 있다기에 바람쐴겸 유원지로 놀러갔다
놀러가서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인증샷도 여러방 찍고 언제 시간내서 장거리 여행도 가자는 계획을 세우고 헤어졌다

그렇게 즉석에서 세운 여행계획은 쇠풀도 단김에 빼랬다고 바로 추진하기로 밀어붙였다
드디어 2~3주 후에 서로 시간을 맞추었다
승합차에다 운전도 잘 하는 반장동무가 토요일 아침 일찍 짝꿍동무를 태우고 나를 태워서 지리산 피아골에서 도 닦는 동창스님을 만났다
산 좋고 물 좋은 지리산 피아골에서 좀 놀다 가려고 갔으나 그 전날부터 폭염주의가 발효된지라 절에서 계곡까지 가는 길이 너무 뜨거운데다 계곡에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주차할 곳이 없어서 놀지도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갔다

다음은 여수로 가서 호텔을 잡고 제철 음식이라는 하모 샤브샤브로 맛난 저녁을 먹고 그 유명한 여수밤바다를 맘껏 즐겼다
거리는 관광객과 공연으로 사람이 넘쳐났다
아름다운 밤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방에서 나 혼자 침대쓰고 둘이 한 침대에서 잤다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나 오동도 구경하고 돌아와 호텔에서 아침밥을 먹고 남해로 갔다
몇 군데 관광하고 기념으로 셋이 캐리커처도 그렸다
생애 처음으로 동무들과 같이 한 1박 2일의 여행
나이들수록 빛바랜 사진의 그 시절이 더욱 그리워지듯 동무가 더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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