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보내온 택배박스를 열었다
아주 커다란 박스에 차고 넘치도록 힘에 부칠 정도로 먹거리를 갖가지 보내왔다
학창시절 수줍음 많고 소심한 나는 언제나 있는듯 없는듯 조용하였다
반면 그녀는 늘 활달한 편이어서 어느 누구나 잘 어울렸다
게다가 똑똑해서 머리도 나쁘고 공부도 못하는 내가 바라볼 처지도 못되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내평생 처음 생일 선물을 받았다
누군가 내 생일을 기억해주고 챙겨준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감동시키는지 모른다
더구나 그녀에게 받은 것이라 더 그랬다
나 말고도 그녀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것 같아 난 말도 못하고 그녀 주변만 서성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어느날 그녀가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나도 객지로 떠도느라 잊고 살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 잘 나가던 직장생활도 접고 한때 잘 나가던 사업도 접고 가정에서도 내몰려 벼랑끝까지 갔다가 찾은 곳이 어느 산사였다
그곳에서 반은 수행이요 반은 재기의 날을 위해 은둔하던 어느날
친구를 통해 그녀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몇 번이나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다
이젠 내 말빨도 좀 먹힐만큼 수련을 쌓았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호탕하게 웃으며 하는 밀이 '옛날엔 말도 잘 못하드만 나이 먹었다고 달라졌네!'한다
30여년 만인데도 목소리가 여전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이상 바른 생각을 갖고 순수한 마음도 남아 있다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지났다
산사에 찾아오는 이도 없으니 먹을 것도 동이났다
고심하다 전화를 걸어 얘기 끝에 어떻게 먹고 사냐는 그녀의 말에 수돗물 받아먹고 눈 받아 먹는다 했더니 두말도 안하고 주소 불러 달랜다 먹을 것 보내준다고
하지만 이번에도 먼저 받을 수 없었다
학창시절 생일선물 받은게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서 언젠가 기회되면 꼭 보답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물론 그녀는 내게 선물을 준 사실조차 까맣게 잊었을테지만
그래서 내가 직접 가꾸고 채취한 하수오를 보내었다
이젠 주소를 알았으니 뭔가 보내오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며 하루하루 지내는데 바빠서인지 그녀는 전화 한통이 없다
한 달도 훌쩍 넘어 전화 했더니 장소 검색이 안된다며 주소를 대란다
그렇게 보내온게 바로 쌀을 비롯하여 햇반 라면 떡국 칼국수 김치와 종류별 국과 탕 육포 먹으면 요기 될 것 같은 각종 과자류였다
어쨌든 나를 생각하며 골라 사서 보냈을 그녀가 눈물나게 고맙다
그녀를 생각하며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또한 답례로 내가 직접 제조한 갱년기 여성에게 좋은 한약을 보내주었다
음식할 때 사용하면 잡내 잡는 특제 기름과 함께
그녀는 아직 갱년기가 뭔지도 모른다며 아직 마음은 열여섯이라 한다
다음은 그녀를 생각하며 지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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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옛 그리움 생각난다
목련을 바라볼때면 그윽한 향기 내뿜으면서 고귀한 자태
수묵화에 그려진 여인네 자태
어딘가 바라보는 눈에 비쳐진 순수함
모진 역경을 이겨내고 편히 잠든 모습처럼 갓피어난 목련꽃을 바라볼때면
나도 정화되어간다
내 집 마당에 핀 목련꽃을 바라볼때면 지난일들 뭉개구름 피어오릇이 피어오른다
목련이 필때면 언제나 그랬듯이 회망을 가져본다
향기에 취하고 순결함에 취해서 오늘도 꿈을 꾼다
??????????????
널 기다리며
늘 그리워 한다
보고파 한다
늘 생각한다
그러나 다가갈 수없다
다가서면 그만끔 멀어지니까
그래서 기다린다
다가올 수 있도록 그 자리에서 그 모습으로 하루가 지나가고 다음 해가 지나가도 늘 기다린다
나를 위해서
오지 않을 걸 알면서
사랑 정 아니 일상이 되어버린 습관이 돼버린 그리움
구애받지 않는 시간의 연속 속에서 나만의 세계에 너의 존재가 있으니까
오지 않기에 그리움 있듯이
시간 속에 모든 게 변하고 또 변해도 사진처럼 기억 속의 그
그대로 그러기에 널 생각한다
그리고 기다린다
나만의 공간 속 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