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일기

주말 이야기

순례 2013. 9. 7. 18:00

9월 7일 토요일 아주 뜨거운 날

나는 아침밥 굶는 게 정말 힘들다.

어려서부터 아침을 걸러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침을 굶는 날은 주로 병원에 검사하러 가는 날인데 2년에 한번 건강 검진하는 것도 아침 굶기가 힘들다보니 1년이 다 돼서야 겨우 큰맘 먹고 가곤 하였다.

그러고 보면 몇 년 전까지도 나는 매달 또는 두 달에 한 번꼴로 아침을 굶어야 하는 고통을 인내하야만 한 적이 있었다.

13년 동안 갑상선을 앓았는데 갑상선 검사는 한 달 또는 두 달에 한 번꼴로 피를 뽑아 검사를 하는데 꼭 아침을 굶고 오라는 바람에 한 달이 두 달되고 두 달이 3개월 되기도 하였다.

어쨌든 올해 또다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어느새 9월이 되었다.

이렇게 어영부영 하다간 또다시 훌쩍 한해가 가버리고 만다.

그래서 기왕이면 추석 전에 검진을 받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한 번 받아보기로 한 것이다. 왜냐면 먼 길 가는데 차량 점검도 하는데 내 몸 점검하는 게 더 시급한 게 아닐까?

아무튼 아침에 일어나니 간밤에 저녁을 일찍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견딜 만 하였다.

그래서 내친김에 가족들 밥해 놓고 8시 반쯤 집에서 나섰다.

그리고 몇 해 동안 검진을 받았던 내과로 갔다. 그런데 아뿔싸 문을 닫아버리고 그 자리엔 다른 게 들어서 있었다. 명단을 찾아봐도 역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명단을 보고 한 군데 전화를 했더니 결번이 나왔다. 다시 전화했더니 거긴 예약을 해야만 한단다. 집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이대로 들어가면 언제 또 할 수 있을지 나도 장담을 할 수 없기에 어찌됐건 나온 김에 하고 가리라 맘을 먹고는 결국 햇살병원으로 갔다.

사람이 많으면 다른 데로 가려했더니 다행히 사람이 거의 없어 바로 접수와 동시에 혈압을 시작으로 검사에 들어갔다.

다른데서는 위 검사를 할 때 흰 액체를 마시고 누워서 회전하고 왼쪽 오른쪽 누우며 받았는데 여기선 내시경으로 검사를 하였다.

20여 년 전에 까닭 없이 배가 몹시 아파 멋모르고 내시경을 한번 했다가 이젠 두 번 다시 내시경은 안하리라 했는데 오늘 또다시 그 내시경을 하게 되고 말았다.

정말 그 순간 죽을 것 같았다. 눈물까지 쏟아내며 가까스로 참아가며 했는데 결과는 위가 조금 헐었다면서 1주일 치 약을 지어주며 다음 주 토요일에 또 오란다.

나도 내시경 검사한 걸 보았지만 헐었다고 하는데 두 군데 살짝 융기처럼 솟아오른 것 말고는 전체가 아주 깨끗하다.

어쨌든 그렇게 마친 게 어느새 10시인데 밥을 바로 먹지 말고 30분 후에 먹으란다.

기운 없이 겨우 기다시피 걸어 나오는데 신장4거리에서 예전에 함께 일했던 팀장 언니를 만났다.

날이 어찌나 뜨거운지 그 언닌 나더러 더운데 양산도 안 쓰고 어디 가냐고 한다.

몇 년 만에 만나 서로 안부 묻고 전화번호 주고받고 헤어졌다.

약을 지어서 집에 돌아왔더니 아직 30분이 덜 돼 조금 더 기다렸다 밥을 먹었다.

이젠 배고픈 것도 모르겠지만 밥을 먹어도 배부른 줄도 모르고 기운이 없다.

그래서 한숨 잤다.

잠에서 깨나고 나니 전화통에 불이 나있다.

잠들기 전에 사장과 통화 할 일이 있어 여러 번 했으나 번번이 통화중이어서 결국 통화는 하지 못한 채 문자만 남겨두었는데 상황이 거꾸로 된 것이었다.

일어나 늦은 점신을 먹고 핸드폰을 확인하고 전화를 하였더니 사무실에 갈수 있냐고 그러마고 했더니 도착해서 전화하라고.

곧바로 차를 끌고 사무실엔 금방 도착하였으나 문이 굳게 잠겨 있어 공장장에게 전화해도 연결이 안 된다.

여러 번 시도해도 안 되기에 문자를 넣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자물쇠로 잠겨 있는데 문을 어떻게 여냐니까 경비 해제하고 카드를 한 번 더 대면 쪽문이 열린다 했다. 그래서 그렇게 들어가서 사장에게 다시 전화 했으나 또 받지 않는다. 시간은 가고 마음은 급하여 우선 내 돈으로 처리하는 중에 전화가 왔다.

며칠 전부터 직원들이 지방 출장 중인데 카드 한계가 차서 사용을 못하는지라 선 결제 하고 풀어보려는 것인데 자금이 여유롭지 못하다보니 일단 입금을 더 한 상태에서 처리해야 하는데 어차피 사장 대행으로 지시받아 할 텐데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릴듯해서 우선 내 걸로 처리하고 나중에 받으면 되지 하는 맘으로 처리한 것이다.

그리고 사장에게도 그렇게 말했더니 알았다고 했다. 그렇게 일이 잘 풀리는가 싶었다.

울리은행에서 기업은행으로 이체한 후 결제 하려고보니 토요일과 공휴일은 선 결제를 할 수 없다고 나온다.

그래서 다시 사장과 통화 해 이만 하니까 월요일 처리하기로 하고 직원에겐 현금으로 통징에 입금시켜 주었다.

그렇게 길고 긴 하루가 갔다.

아직도 내시경 한 여파로 몸이 힘들고 무엇을 삼키려 할 때는 목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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