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 카카오스토리에 내 블로그 주소를 찍어놔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평소보다 1/3~1/2정도가 많았고 특히 많은 글을 읽고 갔다.
한편으론 반갑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하다.
왜냐면 거의 대부분이 내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때의 감정에 충실하여 쓴 것으로 나의 본 모습이 숨김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남과 또한 방문하는 대부분이 모르는 사람보다 친구들이 늘어가기 때문이다.
어차피 모르는 사람들이야 별 상관없지만 나를 아는 친구들은 아~ 쟤는 이렇게 살아왔구나 하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처음엔 글을 쓰는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시작한 블로그가 이젠 나 개인의 것만이 아닌 것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자못 분명한 사실이다.
그제 나는 경인지역에 사는 10명의 친구를 카톡으로 불러서 그룹채팅을 하였다.
의정부에 사는 김진세, 강변역에 사는 김종숙, 송파에 사는 민종기, 이종복, 여주에 사는 봉효승, 분당에 사는 이민세, 잠실에 사는 이효순, 인천에 사는 전정희, 조상남 그리고 하남에 사는 나 신순례
추석언저리에 내수에서 보자는 진세말을 빌어 내수에서 볼지 서울에서 볼지 추석 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평일 저녁이 좋을지 주말 낮이 좋을지 의견을 제시하였더니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러더니 퇴근하는데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서울이 좋다, 서울 콜.
날짜는 21일이 어떠냐는 의견에 좋다 그렇게 하자.
나는 걸어가는 중이었으므로 걸으면서 계속 답을 넣었다.
집에 와서 보니 오는 중에 많은 친구들이 동참했고 21일 낮에 잠실에서 보는 거로 잠정적인 결론이 났다.
다음 날(어제) 효승이와 상남이가 묵묵부답이었기에 둘만 따로 불러내어 3자 대화를 했는데 효승인 좋다 했고 상남인 성묘 때문에 어렵다고 개인적으로 전해왔다. 아울러 28일은 결근하고라도 참석할 수 있다는 말에 다시 10명의 그룹채팅을 시도하였는데 28일은 진세가 안 된다 해서 그냥 처음 말 나온 대로 21일 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10명 모두가 동의한 건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은 서너 명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누구 한사람이라도 강압적으로 결론짓고 추진해야만 한다.
나도 충청도 사람이지만 충청도 사람 특징이 나서기를 꺼려하고 거절도 잘 못하면서 추진하면 또 따라오는 게 보편적이다.
그래서 채팅을 시도한 것이다.
일일이 의견 물을 수도 없고 또 지지부진하다보면 정말 올해 안에 만나기 어려울 테니까 그래서 내가 총대를 메고 앞장선 것이다.
이건 맺고 끊음을 확실히 하며 속전속결 하는 성격 급한 남편을 만나 20여년 단련된 데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제 친구들과 채팅을 하면서 그렇게 집까지 걸어가 밥을 하려고 하니 남편이 주방에서 밥상을 차려준다.
당신은 교회 가려고 먼저 먹었다면서 낮에 덕풍장날이라고 시장 봤으니 그냥 오라고 해서 갔는데 꽃게탕을 끓여놓고 상을 차려주고는 교회에 갔다.
고맙다 인사하고 밥을 먹었는데 살다보니 이런 날도 다 있구나 싶었다.
남자가 주방에 들어가면 큰일이라도 나는 사람으로 알고 살아온 사람인지라 그 감동은 더한 것이었다.
그리고 어제도 그제와 마찬가지로 걸어서 퇴근을 하였다.
딸내미가 청국장을 먹고 싶다고 해서 청국장을 끓일 참이었는데 어제도 그제처럼 남편이 이미 밥을 다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는 갈치조림을 해서 둘이 같이 먹었다.
“어제 오늘 내가 당신 덕분에 호강합니다.”
그렇게 인사를 하였다.
거기에 남편은 한마디 덧붙였다.
“추석 지나면 일하러 갈 거니까 그때까지 내가 장볼게. 당신은 그냥 와.”
뒤늦게 와서 꽃게탕과 갈치조림을 먹는 딸에게 어제 오늘 아빠가 하신 거라 했더니 딸도 나에게 똑같은 말을 한다.
“엄마 호강하네!”
그러게 살다보니 참 별일도 다 있다.
이번에 여차하면 두 번 다시 보지 않으려 했던걸 눈치 챈 모양이지.
이맘 이대로 변치 않고 간다면 미워할 일도 없고 걱정할 일도 없겠구만 진작 잘했더라면 더 좋았을 거 아냐?
그래도 이렇게라도 맘을 잡은 게 고마울 따름이다.
어제 저녁엔 장 봐온 것으로 나박김치를 만들었고 오늘 아침엔 아들이 단기 알바하는 첫날이어서 6시 반에 밥차려 보내고 어제 하려다 만 청국장을 끓이고 오이무침을 하고 무우생채를 무쳐놓고 출근했다.
그리고 출근하는 길에 창문 벽에 올라타며 피어있는 나팔꽃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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