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안개

순례 2011. 4. 13. 13:10

안개

          김어진

 

새벽잠이 덜 깬 나의 피곤한 발걸음은

이 고요하고도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곡조를 깬다.

 

온 세상이 청중이 되어 있다.

그나마 내가 이곳에서 가장 시끄럽기에

저만치부터 온갖 색채가 다 내게로 몰려온다.

 

결국 조명은 공중에 환히 켜질 것이고

이 침묵의 연주도 어느 시점에서는 끝날 것이나

지금, 아무런 음률이며 빛깔을 다 떠나

관현악단은 온 세상에 앉아 신비로운 곡조로

청중석을 아련히 물들인다.

 

걸음도 잦아들고, 시나브로 나도 청중이 되었다.

그러다 문득, 나도 모르는 이유로

나는 이 경이로운 느낌의 근원을 우러르고 말았다.

 

어진이가 중 3때 더우개에서 남한중으로 걸어다닐 때다. 걸어서 빠른 걸음으로 15분정도 걷는데 아마도 그날 안개낀 이른 아침이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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