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나이가 27이 넘어가는데 여친 만들어 연애도 하고 장가도 가야 하는데 언제까지 모태솔로만 할래?”
“일주일 만에 결혼한 엄마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요”
“말은 똑바로 해라 일주일 아니고 3일이다 근데 나보다 더 빨리 결혼한 사람도 있을까?”
“옛날 사람들은 결혼하는 날 얼굴 봤잖아요”
“하긴 나도 그런 생각 하긴 했다만... 야 그래도 그건 좀 다르지 집안이나 사람 맞춰보고 중매한 거니까”
며칠 전 아들과 나의 대화다
난 인연을 참 쉽게 맺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쉽게 맺는 인연일수록 더 오래간다.
남편과 만난 지 3일 만에 부부연을 맺었지만 27년째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도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는 친구 대다수가 중학교 1학년 그것도 학년 초에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첫눈에 반한 남학생을 오래도록 짝사랑 하였다
그러다 10년 만에 객지에서 우연히 만난 적 있었고 4년 전 카페를 통해 서로 찾다가 만나 지금은 편하게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또한 2~3년 짧게 사귀다 가슴 아프게 이별한 남자친구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진한 아픔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여고1학년 때 주번으로 만난 친구는 3년 동안 같은 반을 안했음에도 베프가 되었다
다른 밴드에서 댓글에 우울하다는 글을 남긴 밴친에게 기꺼이 만남을 자처한 언니와 위로차 한 번 만난 이후 짧은 만남이었지만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또한 그 밴드에 마음이 통하는 동갑내기와 친구를 맺었다
내 핸드폰이 예고도 없이 가버리는 바람에 며칠 밴드에 안 들어간 사이 나를 탈퇴 처리 하였는지 밴드를 하지 못할 때도 그 둘은 여전히 연락을 하고 있다
처음 가입을 하였을 때 리더보다 멤버들이 마음에 들어 남아 있었던 것이었는데 동의 한마디 없이 정모를 두 번이나 변경한 것에 대해(한번은 메르스 때문에 또 한 번은 참석인원이 적다는 이유) 다른 밴드 얘기해가며 건의를 하였더니 그게 아마 껄끄러웠던 모양이다
그동안 다른 밴드에서 1년간 친분을 쌓은 언니가 며칠 전 수술을 했다고 해서 어제 퇴근 후 병문안을 다녀왔다
그 언니 역시 처음부터 마음이 끌렸던 분이고 네 번 만난사이다
이제는 매번 산에도 함께 다니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전시회에 갔다가 우연히 같은 하남 사는 사람도 알게 되어 카톡으로 좋은 글 주고받다 밴친이 되었다
남들은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다고 하지만 나는 쉽게 만날수록 오래가고 주춤하거나 망설이는 만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