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

순례 2015. 9. 19. 12:42

나는 누구에게든 베풀고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가진 게 없다보니 나눌 게 마음 밖에는 없다 

살기 바빠서 친구들과 연도 끊어진 채 살아온 세월이 어언 30여년 
처음 동문체육대회에 참석하려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동창 몇 명 보고오기에는 좀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재작년 이맘때쯤 중학교 밴드를 개설하였다 
초등동창을 중심으로 그간 1~2년 사이 알고 만나온 친구들 하나둘 씩 밴드로 초대해서 30여명이 된 상태에서 시월 3일 체육대회에 참석하면서 밴드로 카톡으로 전화로 얼굴 보자며 동참할 것을 종용했다 
그 결과 서른여덟 명이 참석했는데 몇 년 전 우리기수 주최 때 빼고는 가장 많이 나왔다고 했다 
모두들 내 공이 크다고들 했다 
나는 칭찬받아 좋고 친구들 많이 봐서 좋았다 
그날 처음 보는 친구나 알지도 못하는 친구들 번호까지 다 따서 밴드 초대하고 실시간으로 밴드중계하고 나중에 자세한 내용은 카페에 올리고 하면서 한 때 수그러들었던 카페까지 활성화 시켰다 

작년 체육대회 역시 비슷한 숫자 참석하였다 
그리고 한명 알게 되다보니 계속 연결이 되어서 밴드 친구가 늘어갔다 
작년 가을 하남문인협회 문학의 밤 행사 때는 친구가 97송이 장미꽃다발을 보내왔다 
그때 회원이 97명이었다 

나는 경제적으로 늘 갈망하는 상태라 어쩌다 문인의 길을 가게 되기는 했지만 등단하라는 주위의 권유에도 부담스러워 거부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작년 겨울에 인터넷으로 하남문학지 내용 몇 자 추가해서 응모한 것이 당선이 되고 말았다 
당선이 되었어도 걱정이고 부담이어서 기쁨은 뒷전이었다 
나중에 당선소감 보내라는 메일을 받고 날마다 알바 하던 때라 시간이 없어서 간단히 보냈다 

글을 배워본 적도 없고 부족한 제 글을 뽑아줘서 감사하다고 
그랬더니 몇 번 응모해도 당선이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냐고 이렇게 쓰면 뽑아준 우리는 뭐가 되느냐 해서 다시 장문의 소감문을 써 보내고서야 책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알다시피 이런 것 때문에 등단을 기피해 온 것이었는데 내가 넉넉한 형편이었다면 100권이든 200권이든 사서 아는 이들에게 주고 싶으나 그럴 여력이 없다보니 고민하다가 용기 내어 친구들에게 요청하게 되었다 
중학교밴드 게시 글에 ‘나 스폰해 줄 사람?’ 
하루만에 14명으로부터 120여권의 책값이 걷혔다 

그것으로 130권을 주문해서 친구들에게 80여권 보내고 지인들에게 50여권 나누었다 
그때 내가 큰맘 먹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두 가지 이유였다 
첫째는 내가 어려워서였고 둘째는 어려울 때 나를 도와주는 친구가 누군지 알고 싶었다 
나는 그때 사람은 역시 겪어봐야 안다는 걸 또 한 번 실감을 하였다 
어떤 친구는 학생 때부터 변함없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어떤 친구는 나는 친하다 생각했는데 막상 아닌 친구도 있고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친구 중에 선뜻 나를 도운 고마운 친구도 있다 
그리고 저 친구는 당연히 하겠지 하는데 전혀 외면하는 친구 또한 있었다 

나는 살아가면서 한턱 쏘고 싶을 때 회비 걷어서가 아니라 내가 한번쯤 부담 없이 쏘고 싶다 
여유가 있다면 작년에 책을 배 이상 구입해서 줄 사람 주고 남겨 두었다가 이렇게 뒤늦게 알면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 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한다 
모임에서 2차나 3차 갔을 때 한번쯤은 이건 내가 쏠게 그럴 수 있다면ㅡㅡㅡ 
이제 곧 명절도 다가오는데 이렇게 특별한 날 원하는 사란에게 또는 감사한 사람에게 주고 싶은 선물 맘껏 할 수 있다면ㅡㅡㅡ 
아이들 학비 걱정 안하고 맘대로 공부 시켰으면ㅡㅡㅡ 
먼 거리 통학이 힘드니까 가까운 곳에 방을 얻어줄 수 있었다면ㅡㅡㅡ 
다른 부모들처럼 제대로 다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안 든다면ㅡ 
언제든 친구들이나 지인들 집으로 불러 밥이나 차를 나눌 수 있다면ㅡㅡㅡ 
아는 사람 지방에서 오면 부담 없이 불러 재워 줄 수 있다면ㅡㅡㅡ 

저번에 여고 동창 만나는 데도 다들 이것저것 많이 사와서 나누었다 
나는 사갈게 없어서 인원수만큼 누룽지를 만들어 나누었을 뿐이다 
그래도 그나마 뿌듯한 것은 밴드활동하면서 적극적인 활동 덕분에 밴드마다 한두개 빼고는 공동리더로 활동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동창밴드도 내가 공리가 되다보니 공지도 나밖에 올릴 수 없다 
그리고 카페도 찾다가 없어서 내가 만들다보니 새로운 친구 가입만 하면 나보고 앨범 사진 올리란다 
그리고 모임 있거나 공지사항 있을 때마다 나를 찾는다 

비록 가진 건 없어서 나누어 줄 것은 없어도 어느새 어디든 내가 중심이 되어버렸다 
130여명의 중학밴드든 1000여명의 밴드든 말이다 

앞으로도 좋은 글 좋은 말 좋은 마음 많이 나누며 살길 바라며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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