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작은 친절

순례 2009. 12. 9. 15:00

학원을 마치고 5번 출구에서 버스를 기다리노라니 70대 할머니께서 "지하철에선 전화가 안돼요?" 하셨다. "아뇨. 요즘은 통신이 발달 돼서 다 잘 되는데요." "그런데 왜 안 되지?" "아마 받지 못할 상황인가 봐요. 진동으로 했는데 모른다든지 시끄러워서 못 받을 수도 있고요. 아님 피치 못해 받지 못할 수도 있고요.추운데 안에서 기다리시죠." "아냐. 여기 버스 내려서 기다린다고 했어요.여긴 또 잘 안와본 데라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서로 어긋 날수도 있고 5번 출구라고 확실히 말씀하셔야 돼요." "한번 걸어봐 줘요. 내가 잘못 눌렀을 수도 있고"

그렇게 해서 전화를 받아 천천히 그 할머니가 불러 주시는대로 번호를 누른 후 드렸더니 한참 후에 통화를 하셨다.

내용을 듣자하니 1번 출구 안에서 기다리니 그리로 오시라는 거였다.

1번과 5번은 대각선 맞은편 이어서 익숙한 사람에겐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지하인데다 길이 서툰 노인이 가기엔 복잡할 수도 있었다.

마침 시간도 많고 어차피 버스를 타도 빙 돌아서 1번에 서기 때문에 그분과 동행하기로 했다.

5번 출구 앞에서 계단 내려 가시기가 어떤가 여쭈었더니 그냥 가는 곳은 없냐셨다. 조금 더 걸어 엘리베이터로 내려와서 가는데 마치 미로 속 같았다. 젊은 사람도 순간 방향을 잃고 주춤하는데 연세 드신분이 혼자 헤맨다 생각하니 함께 하길 잘했다 싶다.

나는 주로 버스를 타지만 간혹 지하로 오게 되면 5번을 통해 가로질러 1번으로 갔는데 엘리베이터는 첨 타다보니 순간 방향을 놓쳤고 이정표를 따라 잡으며 천천히 할머니를 안내했다.

몇 번 돌아돌아 1번 출구께로 왔다. 다리가 불편 하신것 같아 상가에서 내어 놓은 의자로 안내 하려는데 일행이 먼저 알아보고 맞아주셨다. 

"어떻게 잘 찾아 왔네!" "글쎄 이니가 아니었으면 오지도 못할 뻔 했지뭐야."

서로 만나 반갑게 마주잡고 말씀하시기에 내 할 일 끝났다 싶어 목례하고 계단을 올라왔다.

버스를 기다리며 내가 한 일은 비록 작지만 다른이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것에 마음이 참으로 뿌듯하였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하철에서  (0) 2010.02.02
  (0) 2010.01.29
머나먼 여정  (0) 2010.01.06
한 해를 돌아보며  (0) 2009.12.24
75일만의 만남  (0) 2009.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