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지하철에서

순례 2010. 2. 2. 15:30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버스로 올 때도 있지만 지하철도 종종 이용한다.

지하철은 승객들만 타는 것은 아니다.

한쪽에는 잡상인 물건 사지도 말고 신고하라는 문구가 있지만 나는 지하철에서 물건을 이따금 사는 편이다. 필요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있고 도우려는 것도 있다.

 

어눌한 글씨로 고아가 된 이야기 투병하며 힘들게 살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내용이 얼마나 많이 복사를 한 것인지 잘 알아볼 수 없는 종이를 각 사람마다 나눠주며 동정에 호소하는 소년이 있는가 하면 시커먼 안경을 쓰고 지팡이로 두드리며 찬송가를 틀고 구걸하는 맹인 아저씨, 주옥같은 선율을 감미롭게 틀며 명곡CD를 파는 아저씨, 껌을 팔고 다니는 할머니, 잡다한 것들을 팔고 다니는 아주머니....

그들은 적어도 고아거나 병들었거나 늙었거나 그 자리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일(?)처럼 보여서인지 그냥 그렇게 지나가곤 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오늘은 의외의 사람을 만났다. 준수한 용모에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가요 CD를 팔러 온 거였다.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음에도 그를 보는 순간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끔한 양복 정장에 날씨가 추우므로 코트를 입은 모습이 평범한 회사원처럼 보였는데 많은 군중 속에서 CD를 팔아보겠다고 나선 그가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었다.

집에선 여느 가장처럼 출근한다고 가족에게 인사 받고 나왔을 텐데 아무리 자신감과 의무로 열변을 토한다 할지라도 사람들은 외면할 테고 팔아주는 이 없을 텐데 그러면 힘이 많이 들 텐데.....

역시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양해를 구하고 음악을 틀고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CD에 대해 자부심 섞어 설명했지만 역시 누구하나 관심을 갖거나 눈길 주는 사람이 없다.

여태껏 필요하지 않은데 사주고 싶단 생각 첨이다. 나라도 하나 팔아줘서 힘이 돼 주고 싶다는 생각.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생각뿐이고 나 역시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실업자인 것을...

군중 속에 무리 속에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정작 그 남자를 위한 사람은 한명도 없는 셈이 되었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그 남자를 보면서 난 엊그제 우리교회가 노방전도를 했던 게 생각났다.

형태는 다르지만 우리도 무리에게 군중에게 다가가 전도의 말을 하려하면 무반응이고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판매나 전도는 어떻게 보면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외면과 거절에서부터 시작되는....

그 남자는 생계를 위해 그토록 열심을 내는데 우리는 생계보다 더한 생명을 살리는데 너무 소홀한 건 아닌지 그 남자가 잘 되길 바라며 우리교회 가족도 정말 한 생명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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