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했던 두 친구가 있다
한 친구는 열네 살 때 첫눈에 반한 이후 가슴앓이 하며 짝사랑하던 민이였다
같은 학교 다니는 내내 말 한마디 못하고 3년 내 같은 버스 타고 다니면서도 역시 말 한번 건네지 못했던 그런 친구
그런 민을 다시 만나게 된 건 좋아한지 10년 되던 해 가을 우연히 창원의 계곡 길에서 스치면서였다
서로 엇갈리면서 돌아보았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기회 놓칠세라 뒤따라가 만났으나 그해 봄부터 사귀는 여친이 있다는 말에 물러섰던 친구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4년 전 중학교 카페에서 서로 찾다가 수원에서 다시 만난 이후 이젠 편하게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또 다른 친구는 이웃집에 살면서 그냥 동네 친구로 지내다가 어느 날부터 이성 친구가 된 K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것은 성격이 비슷하고 마음이 잘 맞아서였다
하지만 나는 진학을 포기하고 창원으로 이사를 하였다
그 바람에 사실 연애다운 연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대부분 편지를 주고받았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정도로 편하고 무엇보다 얘기를 나누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던 그런 친구였다
그런 그가 우리 집에 와서 하룻밤 자고 간 다음부터 연락이 끊어졌다
무슨 일이 있나 그저 마음으로만 짐작할 뿐이었다
그런데 사람은 눈에서 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사실이다
휴가 내어 그를 찾았을 땐 이미 여러 달 전에 입대하였고 면회를 갔으나 몇 번의 거절 끝에 겨우 만난 그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책임져야 할 여자가 있으니 우리 일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잔다
기차타고 내려오는 내내 그 이별이 감당이 안 되었다
그 후로도 나의 방황은 몇 년 더 지속되었다
오래도록 살기 바쁘다보니 한동안 잊고 살았다
그런데 작년에 체육대회에서 만난 친구가 하는 말이 나랑 했으면 좋았을 텐데 와이프랑 마음이 안 맞아 마음고생 많이 하더라는 얘기 들으니 마음이 편치 않다
사실 민이 보고 싶어 동창모임에 참석하고 싶어도 혹시 K를 만나면 불편할까 싶어 동창모임에 참석을 하지 않았다
물론 객지로 떠도느라 참석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ㅡ
그런데 둘 다 모임엔 거의 참석을 안 한다
내가 두 친구에게 느낀 건 한 친구는 그저 마음으로 좋아하니까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 마음 그대로인데 한 친구는 감정을 주고받다 헤어지고 보니 그 마음이 아픈 까닭에 만나고픈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만일 그때 특별한 감정 없이 그저 동네친구로만 지냈다면 지금쯤 많이 그리워하고 연락도 했을 것이다.
몇 년 사이 내가 보고 싶고 그리워했던 대부분의 친구들은 거의 다 만났다 K만 빼고
요즘 나 자신조차 당황할 만큼 내가 아주 많이 좋아한 사람이 있다
약간의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서로의 마음을 알아 갈수록 비슷한 모습을 많이 발견하여 위로도 되고 힘도되고 기쁨도 되었던 사람
그러나 상황이 마음같지 않다보니 예견된 이별통보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그 순간 아찔할 정도의 충격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나아졌다
다만 아픈 영혼 기댈 곳 없는 그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게 안타깝다
이 사람도 민처럼 그냥 나 혼자만 좋아했다면 지금쯤 마음 편하게 밴드를 했을까
공연히 K처럼 특별한 마음 주고받아 서로 아프지 않을 수도 있었을텐데ㅡㅡㅡ
누구보다 그 사람 마음이나 상황을 이해하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
다만 어렵고 힘든 상황 잘 이겨내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나한테 미안해하지 않았음 좋겠다
그래도 한동안 설렘과 행복을 주었으므로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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