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남한산성 다녀 오면서 다시는 혼자서 등산하지 않겠노라 했다
그래서 등산밴드에 가입을 했는데 워낙 바쁘다보니 지난번 산행은 놓쳤다
다음 산행은 꼭 가리라 했던 것이 유명산 어제(10/9)였다
그런데 인원이 둘 밖에 안되는지라 취소할까 물어오기에 약속한 것이니 둘이라도 가자 했다
대신 공지에 다시 한 번 올리라 했다
그렇게해서 장소는 불암산으로 정해졌고 여섯명의 인원이 가기로 되었다
약속한 공릉역에서 제 시간에 만나 출발을 하였다
처음 세 명이 참석한다 했을 때 여자 세 명은 감당이 안 된다던 공동리더는 다섯여자를 잘 리드 하였다
다들 초면이고 초행길이지만 금방친숙해졌다
시원한 공기가 코 끝을 스치며 가슴을 흠뻑 적셔주고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바라보노라니 역시 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은 산책길 같은 길을 걸었다
그러다 조금씩 올라가는데 어제 야근하고 하는 산행이라 그런지 조금가다 팔각정에서 잠시 쉬면서 밴친이 싸온 삶은 고구마 하나씩 먹고 다른 밴친이 준비한 커피를 마시며 잠시 땀을 식히고 다시 올랐다
헬기장에 이르니 주변에 산행나온 사람들의 식사가 눈에 많이 띄었다
어느 팀은 큰 양푼에 비빔밥을 비벼 먹는데 지나면서 군침이 돈다
헬기장에 피어 있는 이채로운 코스모스를 지나 그늘에 자리를 펴고 다람쥐님이 준비한 도시락을 꺼냈다
찰밥에 열무김치 묵은지 오징어채 꽈리고추볶음 달걀말이에 표고전이 먹음직하다
그걸 다섯이 나누어 먹었다
나는 유부초밥과 총각김치를 준비해서 그걸 먹었다
잠시 후 호박 식혜를 주는데 처음 맛본 그 맛이 어찌나 매력적으로 맛 있던지 자꾸 입맛을 당긴다
결국 경심님의 고구마도 그대로 규현님의 오이와 귤도 그대로 연한님의 샌드위치는 가방 밖 구경도 못하고 도로 가져와야 했다
다만 삶은 달걀은 분배로 소비하고 내 누룽지는 살짝 입맛만 보고 도로 넣었다
그렇게 맛난 점심을 먹고 거북바위에서 단체사진 찍고 올라가는데 시야가 탁 트인 게 서울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이 맛에 산에 오나보다 싶을 정도로 경치에 매료되었다
조금더 올라가니 왼쪽은 서울 도봉산과 수락산이 바로 눈 앞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오른쪽엔 남양주 별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데 불암산 톨게이트도 눈에 들어왔다
기분좋은 경치를 접하며 계단을 올라 정상에 다라랐다
태극기를 꽂아 놓은 최정상은 가파른 암벽을 밧줄 타고 올라가야 했다
올라가니 바람불어 머리가 산발한 것 같다
수 년간 불암산 톨게이트에서 칼바람 맞으며 모금봉사 하면서 올려다 보던 바로 그 산에서 톨게이트를 내려다 보노라니 감개가 무량하다
그 당시만 해도 내가 저 멀리 보이는 불암산에 가리란 생각이나 했겠는가
더구나 밴드라는 공간을 통해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산에 오르면서 인생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잠시 하였다
기념 사진 찍고 하산 할 때는 깔딱고개에서 상계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내려왔다
올라갈 땐 어렵게 갔지만 내려올 땐 쉽게 내려오는 나와는 달리 경심님이 많이 힘들어 했다
어렵사리 내려와서 그냥 헤어지기 서운하여 대부분 술을 못하므로 뒷풀이로 커피숍에 들려 차 한잔 나누며 이야기하고 헤어졌다
함께여서 좋았던 두가지
혼자 쓸쓸히 벤치에 앉아 하던 식사대신 여럿이 둘러앉아 함께 나누며 먹는다는 것
바위산을 오를 때 위에서 손 잡아 줄 사람이 있다는 것 그래서 혼자보다는 함께라는게 좋다는 것을 실감한 좋은 시간이었다
다음은 31일 북한산 도선사에서 칼바위 능선 코스로 간다는데 그때도 재미있는 산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