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선택
삶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 선상에 있다.
오늘 다른 날보다 많이 늦게 나왔다. 그래도 끝까지 2번을 기다렸다 환승을 하는데 시간을 보니 주저하다가는 100번을 놓칠 성 싶었다.
그래서 처음 오는 버스를 타고 신장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니 신호에 걸린 100번이 서 있었다.
그래서 다른 날과 같은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차가 일찍 도착해서 몇분 더 일찍 왔다.
아무튼 이렇게 짧은 순간이나마 선택을 잘 해야만 한다.
어제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먼저 카카오스토리의 친구신청을 여러 명 했는데 그중에 몇 명이 수락하여 문자대화 주고받았다.
그리고 울산에 사는 이은경 친구와도 카스친구 되어 전화번호 주고받다가 통화를 하였다.
은경이와 통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번 송년모임엔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참석하는 자체가 내겐 부담이 되니까 아버지 추도식조차 참석을 포기하였으니까.
아무튼 은경이와 얘기 끝에 송년에 보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그리고 영민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떠 있었다. 아마 은경이와 통화중에 전화를 했나보다. 막 전화를 걸려는데 다시 벨이 울렸다.
어쩐 일로 먼저 연락을 다했다. 매번 내가 카톡 문자하면 전화를 해오곤 했었는데.
그 얘길 하니까 그런게 아니고 다만 기회가 그렇게 맞은 것뿐이란다.
어쨌든 수상축하 한다는 말을 하였다. 연락은 없어도 댓글은 안달아도 그래서 내 스토리는 보고 있나보다.
아무튼 고맙고 반가웠다. 그 애 에게도 은경이 만나러 가야겠다고 했다.
엊그제 일요일 저녁 김장을 하는 중에 저장이 안 된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래서 받았더니 “신집사님!” 한다.
그래서 “네” 했더니 “신집사님 맞지요?”
“네, 죄송한데 누구신지...”
“혹시 기억할지 모르는데 내수교회 있던 성희경 목사입니다”
“아 네 목사님! 혹시 제 블로그 보셨어요?”
너무 반가운 마음에 들떠 그렇게 말했다.
“네 아주 잘 꾸며놨더만요. 아이들도 훌륭하게 잘 키우고....”
성희경 목사님은 내가 초등학교 그러니까 교회학교 다닐 때 교육전도사로 계셨던 분이다.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목사가 되어 떠나셨는데 그러고 보니 성 목사님과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는 게 유감이었다. 아마 너무 어려서 그랬나보다. 대부분 중2부터 사진이 있었으니까.
아무튼 내 이야기 엄마 이야기 심지어 오빠 이야기까지 내가 모르던 부분까지도 다 기억을 하고 계셨다.
블로그를 보고 있는지 조목 조목 짚어가며 기억나고 그대로라며 정말 60이 넘은 나이에도 정말 많은 걸 기억해 주셨다.
목사님은 내게 그 당시 성실했다며 머리가 좋다고 말씀하셨는데 내가 볼 때 목사님 머리가 훨씬 더 비상한 것 같다.
한 두해도 아니고 35,6년 전인데다 목회도 여러군데서 하셨을텐데 그동안 만난 성도들만 해도 어마어마 할텐데 아주 세세한 것까지도 기억해 주셨다.
오빠와 같은 교회에서 교사를 하기도 하고 몇 년 전에 창원 오빠 집에서 요가 때문에 만난 적도 있다고 했다.
짧은 시간 안에 나에 대해 아주 많은 걸 파악한 것 같다. 지금의 나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알고 얘기하는 걸 보면.
지금 청주에서 목회를 하신다는데 언제 청주 오면 연락하라셨다. 너무 반가워 이런저런 얘기를 30여분 하고 끊었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막판에 부군에 대하여 물었다. 그 말에 대답을 하고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아왔던 눈물이 전화를 끊고 나서 한동안 주체하지 못했다. 지금 내 상태가 그렇다. 그냥 좋은 것처럼 지내지만 나의 상처를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수도꼭지처럼 그냥 눈물이 훌러 내린다는 것을
통화 할 때만해도 그러마고 막연한 대답을 하였다.
그런데 은경이랑 통화하고 나서 생각이 낮에 목사님 만나고 저녁에 친구들 만나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목회자와 성도로서 상담도 하고 위로도 받고 그간의 회포도 풀고 그래서 연락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제 내가 알바 자리를 알아보고 있었고 그중에 한군데 통화해서 퇴근하면서 면접까지 보았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근무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이제 나에겐 다시 시간의 여지가 없다. 다시 예전처럼 투잡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당분간 나에겐 나의 생활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생존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어제 면접 본 사장언니도 그렇고 주위에서도 너무 힘들지 않겠냐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전에 자전거 회사 다닐 때 생각하면 또 그리 어렵고 힘든 것만도 아닐 것이다.
대신 그래도 그것으론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나마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주어졌다는 게 그것도 내가 생각한 아주 적절한 시간(7시~11시)에 일할 수 있다는 게 그나마 고마운 일이다.
한동안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나름 나의 시간을 가졌으니 당분간 일에 묻혀 살아도 되지 않을까. 당분간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생존에만 전력을 한 후에 다시 여유가 되면 그때 다시 나의 시간을 가져도 되리라.
'2013년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지하게 바쁜 하루 (0) | 2013.12.05 |
---|---|
11월 28일 목요일 비교적 맑음 (0) | 2013.11.28 |
2013년의 첫눈 (0) | 2013.11.18 |
11월 13일 수요일 맑음 (0) | 2013.11.13 |
11월 6일 수요일 흐리고 비 (0) | 2013.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