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 할 때만 해도 하늘이 잔뜩 흐려 있었다. 그러더니 5시 무렵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마치 일이 터질 듯 벼르고 있다가 기어코 터져버린 우리 집 같이...
전에는 남편을 믿지 못했으나 그래도 요 근래엔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아 그래도 나름 안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가정의 평안이 오고 이대로 나 또한 안정이 되려는가 싶었다.
이젠 맘 편히 살아도 되는구나 내심 안도 하였다.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부터 조금씩 흐트러져도 그러려니 하였다.
잠깐 그러고 말겠지.
그런데 의지가 마비된 그 사람은 결국 본인이 자청해서 떠나버렸다.
떠난 자와 남겨진 자.
이제 모든 책임과 모든 고통은 남겨진 자의 몫이다.
나는 지난주에 딸아이가 찾는 것을 도와주다가 내가 학생이었을 때 사용했던 노트 뭉치를 발견하였다.
거기엔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렸던 그림부터 성적표, 상장, 졸업장이 총 망라해 있었고 거기에 詩作노트도 있는 그 당시 애송했던 사랑의 시를 적어놓은 노트며 심지어 내가 어른이 되어 소설을 쓰게 될 때 참고하려고 모티브와 내용의 줄거리를 정리해 놓은 노트도 발견하였다.
아마 그때의 심정은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기쁨에 흥분되었다.
물론 찾으면 거기 있을 거란 생각을 하긴 했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도 아이기 때문에 그리고 정리해 놓은 것이 어느 노트에 있는지 정확히 몰랐기에 방치해 왔던 것인데 발견 하고나선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중 한권을 사무실에 가져가서 우선 詩들을 내 블로그에 올렸다.
<젊은 날의 노래>라는 새 카테고리를 만들어 입력했더니 열다섯이나 되었고 전에 <시>에 넣었던 것을 재분류 했더니 열여덟이나 되었다.
그 이외에도 더 있지만 차츰 찾게 되리라.
아무튼 시를 다 입력하고 이면지에 볼펜으로 써서 접혀진 여러 개의 뭉치 중에 하나를 펼쳐 입력을 하였다. 그건 내가 20대 초반에 작정하고 쓰다가 미완성인 채 방치돼 있던 소설의 일부였다.
그것을 다 입력하고 다른 것을 찾았는데 그건 고1때 완성한 소설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창작도 좋지만 옛날의 창작품을 다시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 또한 커다란 즐거움 이었는데 이 기쁨도 이젠 온전한 기쁨이 되지 못할 것 같다.
또다시 남겨진 자로서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각고의 노력과 다른 방도를 찾아봐야겠지.
어차피 생각해봐야 답도 안 나오는데 또다시 이끄시는 대로 이끌려야 하겠지.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기적 같은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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