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일기

8월 23일 금요일 비 온 후 흐림

순례 2013. 8. 23. 13:35

어제 난 또 다른 선택을 해야만 하였다.

이직을 해보려고 이력서를 내 보았지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그래서 방법을 바꾸어 저녁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해보기로 하였다. 그렇게 되면 굳이 이직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7시 이후라야 가능하기 때문에 검색을 해 보았더니 하남에선 나에게 맞는 곳이 동네에 있는 편의점이어서 잘됐다싶어 얼른 전화 했더니 벌써 구했단다.

그리고는 더 이상 맞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강동구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그곳도 만만치 않다. 우선은 내 나이도 써 줄 수 있는 곳이라야 하고 내게 시간이 맞는 곳이라야 한다.

그런 곳에 열심히 전화 하였으나 이미 구했다거나 젊은 사람을 원하며 거절하였다.

내가 일할 수 있는 곳이 편의점이나 식당이나 치킨집이 대부분인데 그나마도 5시나 6시부터인 곳이 많은지라 선택의 폭이 좁은 중에 그나마 한 군데 회식 때 자주 가서 한잔씩 했던 치친 집에 면접을 보기로 하였지만 마치는 시간이 2시라 마음에 걸렸다.

다시 송파구에 있는 5개 동을 선택해 검색했더니 맨 위에 스크린골프연습장이 나왔다.

나는 옳다구나 하고 얼른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나이도 묻지 않고 이력서 들고 오라는 얘기였다.

시간도 시급도 조건도 모두가 만족했다.

1시에 마쳐도 아직 버스는 있으니까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거리가 좀 멀긴 하지만 나에게 아주 딱 맞는 곳이다.

식당 서빙은 나에게 잘 맞지도 않아 어설프면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데 그곳은 골프쪽 경력도 있고 낮이나 밤이나 크게 어려울 게 없을 것 같았다.

아무튼 칼퇴근해서 면접을 보았다.

결과는 오늘 통보해주기로 하였다. 통보가 오면 월요일부터 일하는 것으로.

12시 이후 마칠 때에는 택시비도 별도 지급한다는데 잘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잘 되면 난 다시 투잡으로 인해 내 생활은 모두 포기해야 하는 것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궁여지책이라도 세우지 않으면 더 큰 절망으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좀 힘들긴 하겠지만 그것도 감내해야 할 일이고 내 사생활이 전혀 없는 것도 그동안 많은 친구들을 만난 것으로 위안을 삼으면 그뿐이다.

대신 늘 피곤하고 지쳐있어 잡념도 없고 잠은 잘 잘 수 있지 않겠는가.

집에 돌아오니 8시 반쯤 되었는데 아들이 없다.

어차피 딸내미는 못 들어온댔으니까.

11시에 아들에게 전화 오기를 지금 신촌이고 자전거 타고 출발하려는데 오늘 안에 못 들어갈 지도 모른다고 먼저 자라 한다.

집까지 타고 오지 말고 너무 힘들면 적당한데 세워 두고 차타고 오라했으나 결국 12시 반쯤 집에 도착하였다.

그사이 비가 많이 왔는데 맞지 않았냐 했더니 비구름이 앞서가서 다행히 맞지는 않았다 했다.

 

아침에 20번을 탔는데 뒤에서 아는 체를 한다. 돌아보니 영은이 엄마다. 영은이네는 우리가 하남에 처음 이사 와서 살 때 우리 옆집에 살던 사람이다. 우리 나이도 비슷하고 애들 나이도 비슷하고 사는 형편도 비슷했다.

그런데 수년 전에 남편이 사망하면서 남긴 보험금으로 그리 궁색하지 않게 사는 걸 보았다. 가끔 애인을 만나는 것도 보았고 몇 년 전엔 주공아파트로 입주도 하였다.

지금은 어디서 일을 하는 모양인데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일하는 것 같았다. 동료와 얘기 나누는 걸 들으니 어제 냉장고 250만 원짜리를 99만원에 산 게 배송 오는데 시간이 오전 밖에 안돼서 결근했고 내일은 병원 가야하기 때문에 일하지 못한다는 말을 하였다.

나도 여자고 아줌마치고는 그래도 적지 않게 벌이를 하는 편인데 그이는 혼자서 쉬엄쉬엄 일하면서 누릴 거 다 누리며 참 팔자 좋게 산다싶다.

거기나 우리나 셋이 살긴 매 한가지인데 거긴 편하게 우린 고달프게 산다는 게 나를 더 서글프게 만든다.

 

그래도 어쨌든 연락이 오면 좋을 텐데.

내일 부산에 가서 차를 가져와야 하는지 그냥 모른 척 해야 하는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남편 전화는 꺼져있고 부사장은 통화중이어서 통화를 못했는데 어찌해야 할는지.

정말 내 인생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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