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일기&육아일기

입원

순례 2013. 5. 9. 16:33

12월 26일 화요일 흐림

며칠 전부터 감기로 호흡이 곤란해 하는 널 바라보면서도 2-3일에 걸친 연휴(23일;토, 24일;일, 25일;성탄절)로 손도 쓰지 못한 채 어쩌지 못하고 있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서둘러 병원을 찾았다.

이제 겨우 생후 16일째 되는 네가 기침까지 한다는 건 무언가 큰 문제라는 예감을 느끼면서도 제발 하나님 우리아이 아무쪼록 무사할 수 있게 해주세요.

병원 가는 택시 안에서도 아주 간절했단다.

몇 십 분을 기다린 의사의 판단은 폐에 염증이 생긴 것 같으니 종합병원에 가서 X-ray를 촬영해 보라는 거였지.

아빠와 엄만 황급히 나서서 네가 태어난 한라의료원 소아과를 찾으니 방사선과에 가서 사진을 찍어 오란다.

찍어 오니까 폐렴이란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입원을 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지.

입원 시키고 집에 돌아오니 왜 그리 허전하고 썰렁하던지.

네가 있을 땐 모르겠더니 왜 그렇게 이상한지 모르겠어,

어진아!

제발 기운 좀 차리고 빨리 완쾌되어 하루빨리 집에 돌아왔음 좋겠다.

아빤 외할머니가 오셨어도 일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늦게 오셨는데 오셔서는 반색하기는커녕 인사도 제대로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바람에 두 분 사이에 커다란 충돌이 일고 아빤 그 이후로 나가셔서는 들어오시지 않는구나.

외할머니 오시면 집에 안 있겠다던 평소 말씀에 오늘밤 아빤 안 들어오실 듯싶구나.

어진아!

넌 너대로 병원에서 고생이고 엄마 산후조리를 위해 처음으로 우리 집에 오신 외할머니는 아빠와 다투시고 엄만 이리저리 마음이 불편하구나.

 

12월 27일 수요일 맑음

어제 저녁 외할머니와 싸우고 나가신 아빠는 아침이 되어서야 들어오셨고 오랜 시간 끝에 외할머니와 화해를 하셨단다.

어진아!

이전 쫌 어떤지 모르겠구나.

이 무심한 엄만 네 얼굴 보러 병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하는구나.

얘기 듣기론 숨쉬기가 좀 수월해졌다지?

어제까지만 해도 배로만 숨 쉬던 네가 가슴까지 숨을 쉬고 숨소리도 거칠지 않고 조용하다니 조금은 안심이 되는구나.

어진아!

힘들어도 조금만 참으렴.

간호사 누나가 그러더래. 한 2-3일이면 퇴원할 수 있을거라구.

아빠와 할머니도 화해했는데 너도 곧 나아서 집으로 와야 하지 않겠니?

아빤 오늘도 집에서 주무시지 않는구나.

네가 있을 때 네가 우는 바람에 잠을 못 주무신다기에 방도 비좁고 해서 수철 아저씨와 함께 주무시랬더니 그 아저씨 방엔 냄새나서 싫대.

그러시던 아빠가 선뜻 그리로 가서 주무시겠다는 건 할머니와 다툰 끝이라 불편해서 그러신 것 같구나.

어쨌든 이 엄만 네가 속히 완쾌되기만을 바랄뿐이란다.

내일 세시쯤 갈 텐데 그럼 내일은 조금 더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꾸나.

 

12월 28일 목요일 흐림

아빠 말씀이 오늘 오후 세시 넘어서 병원에 가면 소아과장 얘길 들어보고 오래서 병원엘 갔었지.

갔더니 마침 소아과장이 자리에 없기에 널 보러 갔다가 널 보니까 왜 그리 눈물이 자꾸만 나오려는지.

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고 있으려니 소아과장이 보자고 하더구나.

소아과를 찾았더니 뜻밖의 말씀을 하시었다.

어제 병원을 찾았던 아빠나 외할머니의 말씀을 들은 것과 2-3일이면 퇴원할 수 있다기에 좋은 기대를 하고 있었더니 만약을 위해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고 하시는 거였어.

그러자 참았던 눈물이 갑자기 왈칵 쏟아지는 게 아니겠니?

그 정도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싶어.

X-ray찍은 것도 보고 의사 선생님 말씀도 듣고 하여 병원을 옮기기로 했단다.

6시 반이 되어 들어오신 아빠께 말씀드렸더니 목사님께 전화해서 심방예배를 간단히 드리고 병원도 함께 다녀오셨구 연락받은 큰이모와 이모부도 오셨구...

의사말대로 서울로 연락을 취해보니 미리 입원 신청을 해야 하는데다가 의사가 보고 입원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니까 힘들 것 같아 마산에 알아보았더니 거기는 언제든 입원이 가능하다고 해서 마산으로 가기로 결정 내렸단다.

어진아!

며칠 동안 네가 없어 그리 서운하고 허전했는데 그 어린 몸을 해갖고 비행기 타고 그 먼 곳까지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앞이 캄캄하구나.

어진아!

제발 아무 일 없길 바란다.

 

12월 29일 금요일 맑음

아침부터 서둘러 병원으로 가서 퇴원 수속을 밟는데 할 것도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아빠도 더디 오셨다. 의료보험 조합에 두 번씩이나 갔다 오는 바람에.

11시 40분 예약한 비행기를 간발의 차로 놓치고 12시 45분 비행기로 출발, 김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택시타고 막바로 마산 파티마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공항에서도 그렇고 택시 안에서도 그렇고 왜 그리 마음이 이상하던지.

초조하게 그 긴 시간을 달려 병원에 도착하니 병원은 완전 인산인해를 이루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는데 마침 둘째 이모가 병원에 볼일 있어 왔다가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소아과에 가니 빽빽이 줄을 섰고 그 줄을 기다리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 어떻게 손도 못쓰고 있는데 마침 아빠가 널 안고 소아1과로 들어가 그대로 한라병원에서 가져온 X-ray사진 두 장과 의사 소견서를 보이며 사정얘기를 하는 바람에 그나마 빨리 입원할 수 있었다.

그렇게 복잡한 절차와 많은 시간을 경과해서 소아집중치료실(달리 말하자면 소아 중환자실) 301호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게 4시가 훨씬 넘어서였지.

기진한 엄만 둘째 이모 따라 이모 집에 가서 미역국 먹고 돌아오니 외할머니도 외숙모도 다 돌아가고 아빠 혼자 계시더구나.

너무나 긴 하루였지.

의사 선생님 말씀이 그리 심한 건 아닌데 여기까지 왔느냐고 하시더래.

이젠 좀 안심이다.

어진아!

우리 힘내어 속히 퇴원할 수 있도록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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