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분

순례 2018. 11. 15. 17:38

내가 그 오빠를 처음 만난건 중학교 3학년인 열여섯 살 때이다
그때 오빠는 S대 학생이었는데 먼 친척 결혼식에 가족들과 참석했을 때였다
키가 훤칠하고 잘 생긴 멋진 오빠의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여고 3학년인 나에게 아버지가 과외선생을 붙여 주셨는데 3년전 결혼식장에서 만났던 오빠였다
그렇게 멋진 오빠는 운동도 잘하는데 머리도 좋아 S대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육상부 코치를 맡고 있었다

나는 오빠의 도움으로 E여대에 입학 하였다
아버지는 나를 명문여대에 합격시킨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할겸 오빠를 불러 식사도 대접하고 금일봉도 하사하셨다
그래서였는지 아니면 1년 가까이 과외 받으며 정이 들어서인지 내 마음에 오빠에 대한 연모가 싹텄다

대학에 입학하니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여고 때와는 다르게 간섭이나 통제도 없다
모든게 성인 대접받는건 좋지만 내가 한 내 행동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다소 부담도 되고 두렵기도 하였다

중간고사 마치고 학교 축제가 열렸다
난 파트너로 오빠를 초대하였고 오빠도 흔쾌히 와주었다
오빠도 나와 정이 든건지 아니면 내가 오빠를 연모하듯 오빠도 나를 연모한 것인지 축제 이후 연락을 해왔고 우린 어느새 연인 사이가 되었다
남들처럼 영화도 보고 놀러도 다니며 데이트를 하였다

오빠를 만날 때마다 시간은 왜그리 빨리 지나가는지 그렇게 행복한 시간이 달콤하게 흘렀다
오빠와 사귀는 동안 꿈같은 시간이 지나 3학년이 된 어느 날이었다
생각지도 못하는 사이 임신을 하였다
지금 같으면 그런일이 흉도 아니겠지만 당시만 해도 최고의 엘리트만 다니던 여대에서 임신하면 더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자퇴를 하였다

그리고 양가의 허락하에 결혼을 하였다
아버지는 사위를 아주 흡족해 하셨다
나역시 대학교를 졸업 못 하는게 조금 아쉽긴 했지만 후회나 미련은 없었다
오빠를 너무나 많이 사랑했으므로

그렇게 양가의 축복 속에 결혼을 하고 아들 3형제를 낳았다
그리고 수십년을 연애할 때처럼 그렇게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그이 나이 70이 되던 해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이가 세상 떠나던 날 난 세상이 다 끝나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듯이 슬펐다
열여섯 사춘기 소녀때 처음 볼 때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내 첫사랑의 남자
오빠와 데이트 할 때마다 너무 행복했던 시간들
그이가 내 곁을 떠난지 벌써 십수년이 지났건만 잠시 외출 한듯 하고 지금도 그이가 너무 보고싶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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