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장으로 산다는 것

순례 2013. 3. 5. 06:32

한 가정의 가장은 대체로 남자다.

어쩌다 여자가 가장일 경우는 남편과 사별했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남편이 재산을 남겨두고 가거나 아니면 보험금을 남겨두어서 사는데 큰 지장 없이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아는 몇몇 사람들도 집을 남겨두어 세를 받으며 직장 생활 하는 사람에, 보험금을 남겨두어 일하지 않고도 취미생활로 소일거리 삼으며 살거나 이런저런 방법으로 나름으로 새 삶을 남은 아이들과 함께 잘 꾸려나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사별한 것도 아니면서 물려받은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보험금을 받은 것도 아니면서 그러면서 가장의 역할을 하자니 삶 자체가 보통 고단한 게 아니다.

그래도 남편이 가장일 때는 나도 일을 해서 함께 힘을 보탰다. 그런데 내가 가장이 된 지금엔 오로지 나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해야 한다.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저녁 8~9시에 돌아오기까지 회사일 만해도 지치고 힘든데 가족들 저녁에 빨래며 집안일에...

아무리 20여년을 가족을 위해 수고했기에 좀 쉬면 어떠랴 하면서도 나는 같이 힘을 보탰는데 경제적으로 같이 할 수 없다면 집안일이라도 거들어주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않으면서 정신적으로 신경 쓰는 보험회사 정리도 못하게 한다. 그러면서 밤낮으로 한다는 것이 자신의 트위터에 몇 사람이나 들어왔나 살피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인 걸 보면 불쑥 불쑥 화도 치밀고 짜증도 밀려온다.

하루에 몇 번씩이라도 사표내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한 그렇게 함부로 할 수도 없는 일이고보면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지치고 힘든 시간의 나날이다.

전에 가끔 뉴스에 보도되던 가장들의 자살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가도 가도 끝은 없고 아무리 찾아봐도 방법은 없고 그렇다고 더 이상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고 가족들에게 얘기해봐야 같은 절망만 안겨주다 보니 고민 고민하다 절망 속에 그만 가장과 세상의 끈을 놓아버리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도 때로는 그만 벗어버리고 싶단 생각이 간절하다. 그리고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많다. 가장으로부터, 세상으로부터.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게 하나님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내게 하나님이 없었다면 많은 가장들이 놓아버린 그 끈을 나도 놓아버렸을지 모를 일이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남자 가장 혼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도 버거운 일인데 여자 혼자서 4인의 가족을 책임진다는 것이 어디 그리 말처럼 쉽기만 하겠는가!

어느새 3~4년의 세월이다. 나는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때가 어찌 보면 가장 힘들고 어두울 때가 아닌가. 여명 무렵이 가장 춥고 가장 깜깜하니 말이다. 그러니 이 시기가 절망의 절정으로 여겨져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가보다. 이 어둠이 걷히면 더 이상 힘들어 우는 일은 없겠지. 이 고비를 잘 참고 견뎌내면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내일이 돌아오겠지.

회사를 다니면서 도저히 짬을 낼 수가 없어 블로그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쓸 말도 할 말도 많지만. 그리고 지금도 잠 못 이루고 새벽에 잠에서 깨었다. 물론 전에처럼 교회 갈 때면 지금 예배드릴 시간이지만.

어찌되었든 하나님은 감당할 시험만 주신다 했으니 이번 역시 잘 참고 견뎌내야겠지?

어차피 평범한 삶을 거부한 내 인생인 만큼 남들보다 더 단련하여 크게 쓰시는 날 반드시 오겠지. 그날까지 힘을 내자.